솔리드웍스(SolidWorks): 엔지니어링의 언어, 파라메트릭 3D CAD의 기술적 해부

솔리드웍스(SolidWorks): 엔지니어링의 언어, 파라메트릭 3D CAD의 기술적 해부

기계 설계 분야에 발을 들인 사람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솔리드웍스(SolidWorks)**입니다. 1995년 처음 출시된 이후, 이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 3D CAD(Computer-Aided Design) 시장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많이 쓴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왜 쓰는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솔리드웍스는 단순한 ‘그림판’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학적 논리와 엔지니어링의 의도(Design Intent)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가상의 물리적 검증 도구입니다. 오늘은 다쏘시스템(Dassault Systèmes)의 걸작, 솔리드웍스가 가진 기술적 심장을 해부해보려 합니다.

솔리드웍스

1. 파라메트릭 모델링(Parametric Modeling): 설계의 DNA를 심다

솔리드웍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정체성은 바로 ‘파라메트릭(Parametric)’ 구동 방식입니다.

기존의 2D 캐드나 비(非)파라메트릭 툴이 단순히 형상을 ‘그리는’ 것이라면, 솔리드웍스는 형상을 수치와 조건으로 ‘정의’합니다. 이것은 마치 엑셀에서 수식을 걸어두면 입력값에 따라 결과가 자동으로 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피처 기반(Feature-based)과 히스토리(History)

솔리드웍스에서 모델링을 한다는 것은 차곡차곡 역사를 쌓는 과정입니다.

  • 스케치(Sketch): 2D 평면에 밑그림을 그립니다.
  • 피처(Feature): 스케치를 돌출(Extrude)시키거나 회전(Revolve)시켜 3D 형상을 만듭니다.

이 모든 과정은 **’디자인 트리(Design Tree)’**라는 역사책에 순서대로 기록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설계 마지막 단계에서 “아, 제일 처음 만들었던 구멍의 크기를 10mm에서 12mm로 바꿔야겠어”라고 생각했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수치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 그러면 그 이후에 생성된 모든 형상이 변경된 수치에 맞춰 **자동으로 업데이트(Regenerate)**됩니다. 이것이 바로 파라메트릭의 강력함입니다.

💡 전문가 노트: 솔리드웍스는 지멘스(Siemens)의 Parasolid 커널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다쏘시스템의 상위 라인업인 CATIA(카티아)가 사용하는 CGM 커널과는 다르지만, 일반적인 기계 설계 시장에서 가장 범용성이 높고 안정적인 엔진으로 평가받습니다.

2. 어셈블리(Assembly)와 메이트(Mate): 가상 조립의 마법

부품 하나(Part)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기계가 되지 않습니다. 수백, 수천 개의 부품이 정확한 위치에서 맞물려 돌아가야 하죠. 여기서 솔리드웍스의 어셈블리 기능이 빛을 발합니다.

논리적 결합, 메이트(Mate)

현실에서 나사를 조이거나 경첩을 끼우는 행위를 솔리드웍스에서는 **’메이트(Mate)’**라고 부릅니다.

  • “이 면과 저 면을 딱 붙여라 (Coincident)”
  • “이 원통과 저 구멍의 중심을 일치시켜라 (Concentric)”
  • “이 기어와 저 기어는 2:1 비율로 회전해라 (Gear Mate)”

단순히 위치만 잡는 것이 아니라 부품 간의 기구학적 관계를 정의합니다. 따라서 마우스로 기어를 돌리면, 맞물린 다른 부품들이 실제 기계처럼 연동되어 움직입니다. 시제품을 깎아보지 않고도 간섭(Interference)이 일어나는지, 기구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양방향 연관성(Bi-directional Associativity): 하나의 소스, 무한한 동기화

많은 실무자들이 솔리드웍스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양방향 연관성’**입니다. 솔리드웍스 안에서 ‘부품(Part)’, ‘조립품(Assembly)’, ‘도면(Drawing)’은 서로 다른 파일이지만, 영혼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3D 모델을 수정하면? -> 2D 도면의 치수가 자동으로 바뀝니다.
  • 2D 도면에서 치수를 고치면? -> 3D 모델의 형상이 변합니다.
  • 어셈블리에서 부품을 수정하면? -> 해당 부품 파일이 수정됩니다.

과거에는 설계 변경이 발생하면 도면 수십 장을 일일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솔리드웍스 환경에서는 단 한 번의 수정으로 모든 산출물이 동기화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설계 오류(Human Error)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안전장치입니다.

4. 단순 설계를 넘어 시뮬레이션으로: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설계를 마쳤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게 부러지지는 않을까?”, “모터에서 열이 너무 많이 나지는 않을까?” 엔지니어는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솔리드웍스에는 FEA(유한 요소 해석) 기반의 시뮬레이션 도구가 내장되어 있습니다(버전에 따라 상이).

  • 구조 해석: 하중을 가했을 때 어디가 가장 약한지 색상으로 보여줍니다.
  • 유동 해석(Flow Simulation): 파이프 내부의 물이나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합니다.

전문 해석가만 할 수 있었던 영역을 설계자의 책상 위로 가져온 것, 이것이 솔리드웍스가 추구하는 **’설계 주도 해석’**의 철학입니다.

5. 미래의 설계: 3D EXPERIENCE Works와의 결합

최근 다쏘시스템은 솔리드웍스를 데스크톱에 가두지 않고 클라우드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3DEXPERIENCE(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의 연동입니다.

이제 무거운 워크스테이션이 없어도 웹브라우저에서 설계를 검토하고, 전 세계에 흩어진 팀원들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업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관리(PDM)가 클라우드 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버전 관리의 골치 아픈 문제도 해결됩니다. 솔리드웍스는 이제 단순한 ‘툴’을 넘어 거대한 ‘플랫폼’의 일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당신의 상상을 엔지니어링하라

솔리드웍스는 배우기 쉽지만(User-friendly), 그 깊이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뒤에는 정교한 수학적 커널과 강력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숨 쉬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이든, 혁신을 꿈꾸는 현직 엔지니어든, 솔리드웍스는 당신의 머릿속 상상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현실의 규격으로 번역해 줄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첫 번째 ‘피처’를 쌓아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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